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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에도 화마(火魔)는 졸지 않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땅에선 새싹들이 돋아나고 무채색이었던 숲은 신록의 푸르름 속에 생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도 있으니 바로 춘곤증이다. 추위에 바짝 움츠려있던 몸이 따뜻한 봄날에 녹아내려 금세 졸음이 찾아온다. 그래서일까. 긴장감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봄철에는 겨울철보다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나른한 봄에도 화마(火魔)는 졸지 않고 호시탐탐 삼킬 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화재 발생 통계를 보면 봄철 화재가 5만 9,653건(29%)으로 연중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하였으며, 화재 원인으로는 담배꽁초나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가 3만 4,819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상학적으로 봄철은 사계절 중 습도가 가장 낮고 강풍도 많아 작은 불씨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계절이다. 따라서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부주의한 관성(慣性)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성이란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을 때 처음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인데 이 자연 법칙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된다.

우리가 습관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은 뇌의 신경세포 간 연결고리인 시냅스와 관련 있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거나 경험이 축적되면 뇌에선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시냅스가 형성된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는 아직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거부반응을 보이며 저항을 일으킨다. 한마디로 뇌는 기존의 방식을 선호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싫어한다. 부주의한 행동이 몸에 배어있다면 관성처럼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처럼 우리 몸과 마음은 ‘내’ 마음대로가 아닌 ‘뇌’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나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냅스를 바꾸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성공의 법칙’의 저자 맥스웰 몰츠는 어떤 행동이 습관화되려면 최소 21일은 의식적으로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일은 생각이 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든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즉, 최소한 21일 이상은 무언가를 계속 반복해야 그 생각이 뇌간으로 내려가 각인이 되어 저항감 없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해법을 일찍이 내놓은 바 있다. 그는『도덕적 미덕은 습관의 결과이며, 행동으로 터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덕적인 미덕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철학 수업을 듣고 윤리 책만 열심히 공부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덕을 갖추기란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악기 연주를 책이나 강의로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직접 연주해 보지 않고는 피아노 연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방안전도 마찬가지다. 성숙한 안전의식은 습관의 결과이며, 행동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결코 이론과 지식만 가득하다고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소방안전의 최첨병 역할을 하는 소방안전관리자가 탁월한 현장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습과 훈련의 과정이 필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 안전원은 다양한 소방 설비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기‧실습 위주의 전용교육장을 구축하여 역량 있는 소방안전관리자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의 상당부분을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면 현장교육과의 학습 격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실시간 쌍방향 영상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온라인 실무능력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절대로 실기‧실습 위주의 현장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시뮬레이션으로만 운전을 배운 사람에게 바로 실전 도로주행을 맡겼을 경우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봄철 화재의 주범인 부주의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호나 다짐만으로는 안 되며, 일시적인 이벤트만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직 반복적으로 안전수칙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성숙한 안전의식을 갖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올 봄에는 부디 화재로 소중한 생명과 자연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 보단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국가 위기가 극복되고 국민 모두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희망찬 소식들로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다가올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여 화재 대피 계획을 세워보고 주변에 있는 소방설비나 피난설비 사용법을 익혀보며 피난훈련을 직접 실시해 보길 바란다. 그 작은 실천이 유사 시 내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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