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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여주는 잡학다식
미생물과 면역체계의 끝없는 전쟁

더러움과 생존본능

변기보다 키보드가 더 더럽다는 말이 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 영국 데일리메일이 실험한 결과 일반적인 사무실 키보드에서 변기보다 약 2만 배 더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더럽다고 인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과거 더러움이란 체험적인 요소였다. 먹어서 탈이 난다거나 몸에 닿아서 이상이 생긴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대상이 바로 더러움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똥이다. 똥 1g 속에는 100개의 기생충 알, 100만 개의 박테리아, 1,000만 개의 바이러스가 서식할 수 있다. 이는 인류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더러움의 관념이고 이러한 더러움을 기피하는 의식과 문화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에 기여했다. 즉 더러움이란 기피했을 때 생존에 유리한 대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더러움의 개념은 1865년 파스퇴르가 누에병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밝혀낸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성 미생물이 신체를 해할 수 있음이 적잖은 시간을 거쳐 공유되었고 현재는 병원성 미생물이 얼마나 있는지가 더러움의 척도가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더러운 것이었다면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러움의 척도가 된 것이다.

지구의 진짜 주인은 미생물?

지구는 온통 미생물 천지다. 영하 90도씨의 남극에서부터 영상 350도씨에 이르는 해저 열수분출공까지, 지하 5,000m의 바위틈에서 고도 5만m의 성층권계면에 이르기까지, 미생물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없다. 땅 밑에 살고 있는 미생물만 해도 그 무게가 150~230억 톤으로, 70억 인류 전체 몸무게의 수백 배에 이른다. 그래서 외계인이 지구를 답사하고 보고서를 쓴다면 ‘지구는 미생물이 지배하고 있다’고 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모형, ⓒ위키백과

미생물은 크게 원핵세포, 진핵세포, 바이러스로 분류한다. 원핵세포 중에는 세균(박테리아)이 있는데 흑사병, 콜레라, 파상풍, 매독, 한센병, 장티푸스 등의 병원체가 세균이다. 진핵세포는 균류와 조류가 있는데 균류로는 곰팡이가 있다. 홍색백선균에 의한 무좀이나 비듬 등이 잘 알려진 곰팡이성 질환이다. 바이러스성 질병은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에이즈, 사스, 메르스 등이 있고 근래에 팬데믹을 일으켰던 홍콩독감, 신종플루, 코로나19 등도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었다.

20억년에 이르는 창과 방패의 싸움

이처럼 더럽고 무서운 미생물이 지구에 무지막지하게 존재하는데 인류는 어떻게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 사실 넓게 보자면 모든 고등동물들은 미생물과 공생해 왔다. 생태계 전체가 그렇게 순환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도 약100조개의 미생물이 장속에서 서식하고 있다. 산소를 에너지로 전환해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도 원래는 독립된 미생물이었다. 그럼에도 고등생명체가 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들 구축한 것은 몇몇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들이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면역은 선천면역(자연면역)과 후천면역(획득면역)으로 나뉜다. 항원(병원체)이 우리 몸에 들어오려면 선천면역의 1차 방어벽을 뚫어야한다. 눈물·콧물과 같은 점액, 각질로 뒤덮인 표피, 강산성의 소화액, 혈액의 보체 등이 항원을 가로막는다. 항원이 이 1차 방어벽을 어렵사리 뚫었다 해도 2차 방어벽인 면역세포가 기다리고 있다. 백혈구와 대식세포, K세포 등이 그것이다. 이들 면역세포들은 항원을 잡아먹거나 분해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감염은 이 선천면역에 의해 방어된다.

후천면역은 선천면역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면역이라 하면 이 후천면역을 일컫는데, 처음 침입한 항원을 기억했다가 다시 침입할 때 맞춤형 항체로 항원을 제거한다. 우리가 흔히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이 후천면역을 인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특정 항원이나 그 항원이 분비하는 독소를 약화시켜 우리 몸에 주입하면 후천면역이 작동해 이에 대한 항체를 가지게 된다.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인 종두법을 발견한 이래 다양한 방면의 인공면역이 개발되고 있다.

면역력을 키우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전문가나 의사들은 말한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소하라고. 그 누구도 몰라서 못한 방법론이 아닐진대 진부하게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 그럴듯한 특효의 어떤 것을 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아쉽게도 뻔한 소리가 정답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백신 자체가 항원을 직접 공격하거나 제거하지 못하며 단지 우리 몸속에 원천적으로 작동하는 후천면역의 스위치를 켜는 역할만을 하듯 면역시스템은 우리 몸 안에서 스스로 작동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면역력을 키운다는 것은 우리의 면역시스템이 제 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손을 자주 씻는 것은 공고한 1차 방어벽을 뚫지 못하고 표피에 축적되어 있는 미생물을 제거해 눈코입으로 침투되는 경로를 막아줌으로써 우리의 면역체계를 도와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샤워는 어떨까? 피부과 전문의들은 동계엔 일주일에 2~3회, 하계에는 매일 물로만 가볍게 샤워하는 것을 권한다. 너무 자주 샤워를 하거나, 너무 뜨거운 물을 끼얹거나, 때를 미는 것은 1차 방어막인 각질층을 훼손하거나 표피에 상처를 주어 병원성 미생물이 몸 안으로 침투하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면역시스템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골고루 먹으라는 것 또한 같은 이치다. 우리의 면역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재료를 다양하게 보충해주면 된다. 흔히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여기지만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하면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해 면역시스템을 구축할 재료가 모자랄 수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50g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육류와 생선을 균형 있게 섭취하며 육류의 경우 지방이 많거나 가공육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도 잡곡, 발효음식, 녹황색 채소, 해산물, 견과류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짜고 맵고 달게 먹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재료를 수집하는 것을 방해함으로 피해야한다. 최근에는 장내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이 면역력을 크게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의 장에서 면역세포의 약 70%가 만들어지기에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를 꾸준히 섭취하는 등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운동도 먹는 것과 같이 중용이 포인트다. 격렬하거나 고강도의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해 인체에서 나쁜 호르몬과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등 면역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스포츠의학회는 저·중강도의 운동을 최대심박수 40~70% 범위로 제한하고 있다. 최대심박수는 연령별로 다르지만 평균 분당 150~200회 사이이므로 심박수 120회 이상의 운동은 면역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물론 운동의 정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를 심박수라는 지표를 떠나 얘기하자면 해당 운동이 편안하거나 조금 힘들 정도의 운동이 적합하다. 또한 꾸준한 운동은 체온 유지에도 좋다. 우리의 신진대사는 36~37℃일 때 가장 활발한데, 체온이 1℃가 떨어질 때마다 면역력이 30%, 기초대사력은 12% 저하된다. 그러므로 체온이 떨어지면 몸을 움직여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운동은 면역 이외의 신체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과 수명을 포함한 모든 건강지표의 청신호가 된다.

끝으로, 긍정적인 생활습관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NK세포의 활성 저하, 림프구의 증식 억제, 항체 생성 감소와 같은 여러 면역조절 물질의 변형을 가져와 전체적인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일을 하더라도 즐겁게 하면 좋고 여행을 가더라도 짜증이 나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수면부족 또한 면역시스템을 방해한다. 우리가 깊은 잠에 들면 면역세포와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일련의 과정이 크게 저하된다. 바쁜 한국인들에겐 충분한 수면이야말로 정말 꿈같은 이야기지만 적어도 하루 7시간의 수면시간은 지키도록 하자.

긍정적인 생활에 대한 척도 중 하나가 웃음이다. 웃음은 자율신경에 작용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뇌에서 도파민을 촉진시켜 림프구와 백혈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강화한다. 또한 웃음은 최고의 스트레스 퇴치약이기도 하다. 낙천적인 사람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생각해봤을 때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을 권한다. ‘아, 반이나 남았네’하는 당신보다 ‘어, 반 밖에 안 남았네’하는 당신이 당신의 면역시스템을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글. 최호철(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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